세법, 이제 문리해석에서 벗어나야

세법 분야의 경우 전통적인 법학의 입장에서 보면 법해석학이 주류를 이룬다. 만들어진 법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동원이 된다. 

그런데 해석의 대상이 되는 세법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는가?

오늘날의 우리나라 세법이 만들어진 역사를 되돌아 보면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일본법의 영향이 매우 크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지고 세제개혁위원회에서 세제개혁이 추진되고 1949년 7월 15일 소득세법이 법률 제33호로 제정된 이후 1950년 6·25 사변이전까지 18개의 정도의 세법이 제정 공포되었다고 한다.

1948년 이전인 1945년 해방이후 3년간 미군정에서는 일제말기의 조세제도를 근간을 삼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1949년 소득세법의 형태는 일본 패망이후 1947년 개정 소득세법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그 때 상황이나 시기를 비추어 볼 때 짐작할 수 있는 바다. 

일본 문헌을 보면 일본 근대세제는 명치시대(1868년에 시작)부터 보고 있는데, 1887년(명치 20년)에 칙령5호로 소득세를 도입했다고 한다. 

일본의 명치유신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894년 갑오경장이 있었고 이 당시 우리나라의 자주적인 세제개혁이 오늘날 세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해 볼 주제라 하겠다.

근대적 소득세제는 1799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과, 일본의 경우도 미국의 샤우프사절단 권고로 1950년 세제를 대폭 개편한 바 있다는 점 등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세제가 일본의 독창적인 것을 그대로 베껴 온 것은 아니라고 위안은 해본다. 

또한 법령에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에 맞는 것이라면 좋은 것은 따오는 것이 꼭 부끄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잘못 이해하고 가져와서 전혀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뿐이다. 

한편 최근에는 세제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파트너십과세제도가 조세특례제한법상 동업기업과세제도로, 미국의 EITC제도가 우리나라 근로장려세제로 도입된 바 있다. 

똑같지는 않고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변형되면서 제도도입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과 해석론상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합병세제의 변화를 보면 미국의 영향을 받아 적격합병의 경우 과세이연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이러한 미국의 영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영향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님을 짐작케 하는 바이다. 

어찌하든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법이 그 기본은 일본법을 틀로 하면서 최근 미국의 영향, 우리나라 특수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조문만 놓고 이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담세력에 따른 정당한 과세인지와는 별개로 법률 자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잘못되었다고 다투는 경우도 있다. 

제9차 헌법개정으로 헌법재판소제도가 도입되기 전 세법의 경우 법률에 과세요건의 내용을 명확하게 다 넣기 보다는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에 그 내용을 넣어두었던 관행이 많았다. 

헌법재판소가 운영초기에 조세법률주의, 더 세부적으로는 과세요건법정주의 및 과세요건명확주의로 그러한 세법에 대해 과감히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많이 개선은 되었다. 

세법을 해석하면서 실제 과세가 되는 것인지, 얼마의 과세가 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기본통칙, 판례, 심판결정례, 예규 등을 들여다 보아야 법령의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보고 과세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데 이 때문에 법해석학은 항상 법전을 놓고 연구를 하게 된다.

법령이라는 추상적 규범을 놓고 실제 벌어지는 일들과 맞추어보는 일을 법해석을 통해 하다보면 법령이 담고 있는 내용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확대해석과 축소해석이 그것이다. 

통상 법해석학은 법령의 문자적 의미에만 붙들려 있지 말고 법이 어떠한 취지로 만들어졌는지도 짐작하여 해석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형법이나 세법분야의 경우에는 이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유추해석금지가 그것이다. 

유추해석을 하지 말라면 법해석하는 사람은 세법 놓고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형벌의 경우 법에 적혀져 있는 문구와는 다르게 원래 이런 취지의 사람을 잡아넣으려 한 것이라 해서 형법규정을 쭉 늘려 해석하면 심각한 인권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1215년 영국(잉글랜드) 마그나 카르타에서 실지왕(失地王)이라고 후세에 불린 존왕이 프랑스에 패배하여 힘이 없을 때 요구한 '인신의 자유'가 그 이후 근대국가에서 시민을 국가형벌권에서 그나마 보호받게 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군사독재시대 동안 경제적 번영과는 별개로 개인의 자유의 암울한 시대가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률의 틀을 '해석'으로 확대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세금은 어떠한가? 세금도 마찬가지로 1215년 마그나 카르타에서 국왕이 함부로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오늘날의 국민의 개념과 좀 다르기는 하지만)의 재산을 가져가지 말라고 하고있다. 

최근 개봉한 바 있는 러셀 크로우 주연의 로빈 후드에서 픽션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마그나 카르타 선언 당시의 세금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장면을 보게 된다.  과거의 영국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 곳곳에서 세금을 부정적인 맥락에서 그리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세법의 문언적 해석을 벗어나 그 입법의 취지, 역사 등을 고려한 과세나 감면을 하면 안될까?  세법은 자구 하나 하나 손대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는가? 

개인적으로 조세심판원의 비상임심판관이나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법령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면서 과세를 해야 할 사항인데 과세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세금을 안 내도록 해주어야 할 사항으로 보이는데 과세를 해야 할 사항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부분 유추해석 금지라는 틀 때문이었다. 

유추해석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과세권의 통제, 일관된 세법 적용 확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4두14663 판결에서 보듯 무기명 선불카드의 일종인 기프트카드를 상품권에 포함시키지 않고 인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기프트카드라는 새로운 물건이 생기고 인지세 과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납세의무자를 보호하는 판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 인지세 과세를 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세안하는 것이 맞을까?  실제 문리해석에만 머무르는 경우와 이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과세여부의 결론에 상당한 차이를 가져온다. 

최종적인 법령의 공식적인 유권해석 권한은 현재 대법원이 갖고 있다.  해석방법론은 국회입법권과 사법권의 권한에도 서로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것이다.  법령 문언의 의미를 벗어난 해석은 사실상 새로운 입법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학자로서, 있는 법과 있어야 할 법의 경계선상에서, 그리고 법해석과 입법론의 경계선상에서 과세되어야 할 것과 과세 안되어야 할 것을 판단함에 있어 법령 문자 그대로의 해석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문언으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과세되어야 할 곳에 실질과세의 원칙이나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 등에서 과세할 법적 근거를 찾을 수도 있고, 과세 안해도 되는 곳에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정당한 사유 등을 통해 과세 안할 법적 근거를 찾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문리해석만 갖고 세법령을 운영하는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문리해석을 바탕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 유추해석도 하는 것이 세법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법령 문언의 자구적인 의미를 벗어나 어디까지 해석이 가능할 것인지는 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리해석을 벗어난다는 것은 세금을 내어야 할 사람에게 세금 내게 하고, 안 내야 할 사람에게 세금 안 내게 하기 위해 불완전한 세법령의 자구적 의미에 얽매이는 것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방법 자체가 납세자에게 오히려 과세여부에 대한 예측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방법의 보완으로 이미 도입된 사전답변확인제도의 적극 활용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