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문성 "상속세율, 30%정도로 낮추고 '유산취득세' 도입해야"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상증세 진단 및 개선방향 제시

"최대 상속세율 50%, OECD 일본 다음 높아.. 최대주주 할증 폐지 필요"

"이중과세 논란 벗어나려면 상증세 최소 소득세율보다 같거나 낮아야"

"가업상속공제 취지 살려 적용대상 확대…사업상 필수재산은 과세이연 필요"

"(전체)유산과세에서 유산취득과세로 변경.. 장기적으로 자본이득세 부과 적절"

현행 상속세 개편에 대해 기존 틀을 유지하며 과세구조를 개선하거나, 장기적 관점에서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변경해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과세구조 개선방법으로는 이중과세 관점에서 상속세율을 소득세율 수준과 같거나 낮게 인하하고, 상속재산에 대한 (전체) 유산과세에서 (취득자별) 유산취득과세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또한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하고, 기업경영상 처분에 제한이 있는 재산은 처분 시까지 과세이연과 연부연납기간 연장 등 '납부방법의 선택권'을 넓혀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사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는 10일 조세일보와 한국세무학회, 한국조세정책학회, 한국세법학회, 한국국제조세협회가 공동 주최한 2024년 세제개편방안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 정상화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오 교수는 OECD 국가와의 비교를 통해 상증세와 관련한 쟁점을 짚고, 두 가지 개선방안을 제언했다. 먼저 오 교수는 상증세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대해 "그동안 상증세는 부의 재분배를 통한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성격으로 세부담을 완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여러 기업들이 상속과정에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산처분 등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속세 과세방법 변화의 필요성과 세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 상증세 관련 쟁점1, OECD 국가 대비 높은 세율
 
오 교수는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세율이 높다면서 소득세 최고세율보다는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소득세 등을 부담한 후 재원으로 상속재산의 취득이 이뤄진다는 점에 비춰, 소득세율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상속세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주요국 중 일본(최대 55%) 다음으로 높고, 대기업의 최대주주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20%)을 할증적용하면 60%까지 올라가 OECD국가 중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에 대해 생전 소득세 부담 후 다시 부담하는 이중과세 개념을 차치하더라도, 소득세율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상속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아야 이중과세 논란을 벗어나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대한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제도가 영국·독일·일본 등은 존재하지 않고, 미국은 존재하지만 개별사안별로 할인 혹은 할증평가를 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일괄적으로)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제도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최대주주 할증은 폐지되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30% 수준으로 인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상증세 관련 쟁점2, 가업상속제도 적용 및 요건

오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대상 기업을 늘리고, 연부연납제도뿐만 아니라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 적용대상 (중견)기업의 규모상 가업이라는 용어가 맞지 않아 명칭을 '기업승계공제'로 변경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가업상속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경영권행사 또는 실제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처분이 어려운 자산"이라며 "가업상속공제 취지는 기업을 계속 경영 함에 있어 필요해 처분할 수 없는 재산을 대상으로 상속공제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대기업 간에 차별이 있어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업상속자산이 처분이 이뤄질 때까지 해당 재산에 대해 과세시기를 이연해준다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서도 "또 가업상속공제 요건(업종변경 규제 등)으로 인해 사후관리하는 과정에서 추징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가업'이라는 용어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가업상속·승계 사후관리 요건 중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 내로 확대되고, '연부연납 기간'이 5년에서 최대 20년까지로 확대됐다. 오 교수는 "올해부터 연부연납 기간은 크게 늘어나서 여유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가업승계 시 업종변경의 제한을 없애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업상속공제 중견기업 회사규모(직전 3개 연도 매출액 평균 5000억원 미만) 등을 고려했을 때 가업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며, 기업승계공제로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 상증세 관련 쟁점3, 유산과세방법의 문제점

오 교수는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 부과방법인 유산과세를 유산취득과세로 과세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산(전체)과세'는 피상속인 재산 전체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이고, '유산취득과세'는 상속인이 취득한 분에 한해 과세하는 방법이다.
 
오 교수는 "OECD 회원국 중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 16개국이며, 유산과세방식은 한국과 미국, 영국 등 5개국이 채택하고 있다"며 "유산과세구조는 피상속인의 상속세 과세대상 전체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이중과세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유산취득과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상증세제가 유산과세구조에서 유산취득과세구조로 변경되면,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상속세 과세가액 계산방법이나 사전 증여재산 범위, 공제금액에 대한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현행 상증세 개선방안

오 교수는 위에 언급했던 쟁점사항을 종합해 상증세의 기존 틀을 유지하며 과세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산과세에서 유산취득과세로 변경 △상증세율 소득세 수준보다 낮게 완화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 폐지 △가업상속공제 취지 살려 대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해 기업승계제도로 명칭 변경 △기업의 경영상 처분 제한 자산의 과세이연과 연부연납 연장 등을 제안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해 과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상속세 폐지는 국민정서상 반감이 있어, 자본이득세로 대체하게 되면 조세정의에도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가령 현행 상속세법 상에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부동산을 100원에 취득하고, 사망 당시 해당 부동산 시가가 140원이라면 140원에 대해 상속세 부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때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한다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부동산 시가에 관계없이 최초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인 100원을 기준으로 상속받게 된다"며 "그 이후 상속인이 해당 부동산을 처분할 시점에 시가가 70원 또는 200원이라면, 자본이득(매도가액 200원-취득가액100원=100원)이 발생한 후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식이다"라고 언급했다.